주절주절2009. 4. 5. 15:51
소수-혹은 약자-를 억압하는 것은 그것이 정의롭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쉽기 때문이다. 그 쉬움에 대한 유혹이 모든 종류의 억압과 불평등을 낳고 강화한다. 그리고 그런 유혹은 절대 군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규석 씨의 홈페이지(http://www.mokwa.net) 를 보다가 확 맘에 와닿은 글 .쉽기때문,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가기때문, 그래서 더 한발짝을 움직이기 힘든 건지도. 예비군을 갔다가 사격을 거부하려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그냥 한숨을 쉬면서 해버렸다. 왜냐고? 쉬우니까, 그냥 가만히 있으면 쉽게 지나가버리니까... 내 양심은 아직 여기까지.

쉬움에 대한 유혹은 군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예비군에도 있고, 이 사회 전체에 퍼져있다.

Posted by 자료실 고양이
'위안부'리포트2009. 4. 2. 00:45
얼마 전 서경식교수의 책이 을 읽은 적이 있다.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였는데.... 책 내용 자체는 평화박물관에서 서경식 교수가 강연한 것을 모아놓은 책이지만...제목이 계속 고민스럽게 한다. 일본군'위안부'문제를 접하고 난 후 나눔의 집에 왔다갔다 하면서, 수요시위에 왔다갔다 하면서 계속 고민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문제다... 과연 고통의 기억과 연대는 가능한가... . 이 제목을 곱씹으며계속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생각하고 있었다.

얼마전에 읽은 또다른 책인, 『그림 속으로 들어간 소녀』에서 이것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생각할 수 있었는데,  동정과 연민이다.
연민이란 타인에게 있을지도 모르는 슬픔에 대한 우리들의 상상력이다. 동정이 계급적 의식을 전제한, 타인의 불행에 대한 제도적이고 고양된 슬픔의 베풂이라면 연민은 너와 내가 같은 인간이란 사실에 대한 슬픔이다. 그러므로 동정엔 실천이 따르지만 연민엔 실천이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연민은 사람을 주저앉게 만든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혐오를 낳기도 한다. 까닭에 연민은 너와 내가 같은 슬픔을 지니고 있다는 비극적 이야기에 끊임없이 경도되고 싶어하는 자아의 상상력이다.. – -218쪽-

타인을 연민하는 건 자기를 이해하는 것이다. 자기 연민은 가장 서글픈 상상력이다. 내가 아닌 것들을 이해하는 동안 나는 따뜻해져 간다. 그리고 나는 이 따뜻함을, 내가 이해한 모든 것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한다. 내가 이해한 타인의 슬픔을 타인에게 보여주는 일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 그건 자기 연민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연민하고, 타인의 있을지도 모르는 슬픔을 연민하며, 나와 연민과 타인에 대한 나의 연민 사이에 있는 어떤 벽을 슬퍼한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같은 슬픔으로 괴로워하지만, 우리가 서로 똑같은 어떤 슬픔을 가지고 있다 해도 서로에게 보여줄 순 없다. 우린 우리의 슬픔으로 타인의 슬픔을 상상한다. 같은 것이지만, 우린 같다고 상상해야 타인의 슬픔을 겨우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 우리의 슬픔은 모두 다르다. 난 이렇게 슬픈데, 넌 왜 저렇게 슬픈가? 내 안에 너의 존재에 대한 슬픔이 있어도 넌 왜 모르고 어깨를 스쳐가는가? 내가 상상한 슬픔이 너의 슬픔도, 나의 슬픔도 아니라면 그건 어디에서 온 슬픔인가? 나는 지금 너를 연민하고 있다. – 218-2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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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 지난번 피스로드에 참가하고 한 후, 다음 하이픈 기자단에서 활동중인 친구가 있다. 다른 친구들과 기사를 썼는데, 모금이 얼마 안남았더군. 혹 이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 중 관심있으신 분들은.. 클릭부탁~~~



후원 링크 :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donation/view?id=69471


[연결고리]
호시님의 블로그
http://blog.daum.net/banbiya/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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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daum.net/iiinnocent
Posted by 자료실 고양이
그대웃음소리2009. 3. 30. 14:07


한겨레 초대권이 생긴 김에 가본 카쉬전.

그냥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사진들로 보는 느낌과,
대형프린트(그것도 카쉬가 직접 인화한 거란다...)를 조명과 함께
한장 한장 볼 수 있다는 점은 정말 큰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물사진을 잘 찍는게, 그리고 한 장 사진으로 사람을 찍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사람을 파악하고, 빛과 사진이 같이 겹칠 때
사진은 예술이 되더라...그리고 한장 한장 마다 사진을 찍을 때 일화가
소개되어 있었는데, 역시 좋은 사진은 이야기가 있는 사진이다.

게다가 흑백사진이 그렇게 강렬하게 사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인상 깊은 점이었다.

특히 마음깊이 남았던 것은 아인슈타인의 사진.
카쉬가 아인슈타인과 핵개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인류는 미래의 희망을 어디에 걸어야 하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나직히
"우리 자신에게" 라고 대답했고,
그 순간 카쉬는 아인슈타인을 찍었단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보았던 아인슈타인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사진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시대가 되었다.
분명히 돈많은 취미였던 사진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수단이 된 듯 하다.

하지만 ,
그 수많은 사진의 홍수 속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정작 사진안에 담는 내용을 고민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나도 언제부터인가 어줍잖게 사진을 찍는다고 사진기를 둘러매고 다니고 있는데,
정말 좋은 사진은 어떤 것인지 고민해봐야겠다.

한장의 사진도 많은 이야기들을 담을 수 있다는걸 보여준 전시회였다.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한번 꼭 가보시길,  인물 사진이 얼마나 힘을 가질 수 있는지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참, 그옆에 클림트전도 하고 있던데...

[참고]
●카쉬전 홈페이지
http://www.karshkorea.com/

●카쉬전 사진공모전
http://photovil.hani.co.kr/

●예술의 전당 전시프로그램
http://www.sac.or.kr/program/2009_exhibition/program1.jsp

●감상 블로그들
http://windwaker.tistory.com/179?srchid=BR1http%3A%2F%2Fwindwaker.tistory.com%2F179
http://blog.hani.co.kr/redp99/15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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