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리포트2008. 3. 10. 14:51

문필기 할머니의 발인 때, 국장님이 진행을 하고, 사람들 한명 한명이 할머니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한명씩 한명씩 울기 시작한다. 다들 눈가가 젖어 있었지만 왜일까. 나는 눈물이 나지 않았다.
왜일까. 왜일까. ...

 발인이 끝나고, 관을 영구차에 넣어서 보내고, 그 전날에 밤을 같이 보낸 몇명과 함께 서울로 돌아왔다.수업이 있었기 때문이고, 그때 출발하지 않고 화장까지 본다면 시간이 너무 늦을 것 같다는 핑계를 나 자신에게 하면서...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는 내내 혼자서 이런 생각을 하면서 갔다. 강변역에 도착해서 지하철을 타고 가는 내내... 결국 내일이 아닌걸까. 이렇게 내 일정만 생각하고 돌아오는게 잘하는 것인가. 아니면 어쩔 수 없는건가, 아니면 변명인걸까.

장례식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며칠째 이 생각들을 정리 못하고 있다가 지난 피스로드 참가자였던 어리의 블로그에서 할머니 소식을 듣고 쓴 글을 보았다."
피스로드 워크샵 이후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를 나 자신의 문제처럼 생각하겠다는 다짐과는 달리.........(중략).............언제고 나는 제3자로 머물러 있을 것인지...'어쩔 수 없잖아.....'속으로만 되뇌는 변명 따위 이제 점점 질려만간다."
어쩔 수 없잖아 라는 변명은 한사람만의 고민은 아니겠지...

 언젠가 나눔의 집에서 서울로 올라가면서 한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내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다. 내가 " 피스로드에서 '이게 내문제인가'로 토론을 하잖아요. 그런데 거기서 멈춰있는 것 같아요..." 라고 말을 했더니 ,선생님, "결국 다른사람의 일이잖아. "라고 쉽게 답을 했었다. 그때는 속으로 많이 놀랐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자기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나눔의 집에 다니고 또 행사를 도와주고 하는건지... 지금에 와서 그때의 말들을 다시한번 생각해 본다.

 그래, 결국은 남의 일이다. 내 자신, 내 가족이 아픈것도 아니다. 심지어 가족의 일이라고 해도 내 개인이 아픈건 아닌 거다. 결국 내가 급박할때 이건 내 문제가 아닌 게 된다. 할머니 들의 문제를 말할 때 쉽게 이건 내문제다. 라고 말하는 것도 경솔한게 아닐까. 하지만 그렇다고 내 문제가 아니니깐 그냥 내버려 둬야 하나. "나랑 전혀 상관없잖아, 신경쓰지말자"라고 하고 싶은건 아니다.

문제는 이 지점이 아닐까. 결국 내문제가 아닌 측면과, 그럼에도 그냥 내버려두기에는 안타깝고 뭔가 해야할 것 같은 그런 면에서 갈등하는 것.... 단순히 일본군'위안부'라는 문제를 떠나서 다른 문제를 생각 할 때, 우선은 자신이 남임을 깨닫는것, 내가 할수 있는일이란 것의 한계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한걸음 더 나가려면... 그렇게 드는 생각을 내가 그 부분까지 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지. 내 자신이 행동하지 않는 변명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 일단은 여기까지 생각하자...
Posted by 자료실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