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오는 곳2008. 9. 21.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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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부치라 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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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가이드 아니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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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치라 가마로 들어가는 입구는 상당히 좁았다.

가마는 한국어로 치자면 동굴과 비슷하다. 자연적으로 생긴 동굴을 가리키는 말이란다. 오키나와에 도착하자마자 들어간 아부치라 가마. 2차대전 말기 벌어진 오키나와전에서 주민들과 일본군인들은 미군의 공습을 피해서 각지에 있는 가마에 몸을 숨겼다고 한다. 평화가이드인 아니야씨의 설명을 듣고 가마안에 들어갔다. 안전모를 쓰고 랜턴을 들고 들어간 가마는 생각보다 많이 넓었다. 아부치라 가마는 전쟁이후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어디가 어떤 곳인지를 조사해 놓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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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 안에는 오키나와전 당시 사람들이 썼던 집기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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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당한 사람들이 있던곳, 상처를 입은이들이 있던곳 등, 가마안의 여러 장소들이 어떤곳이었는지는 여러 주민들의 증언에 힘입은바 크다고 한다. 그곳에는 일본군'위안부'들이 있었던 곳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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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씨는 잠시만 전등을 끄라고 했다. 전등이 꺼졌을대 어둠에 주위의 소리들이 더 크게 들린다.

가마안은 습기와 더위로 가득한 가마 안. 손에 든 랜턴에 비친 병조각과 쓰레기들은, 사람들이 가마안에 숨어지냈던 일들이 지나간 일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런저런 설명을 들으면서, 미로같은 가마안을 들어간다. 얼마동안을 들어갔을까, 넓찍한 공간에 이르자 아니야씨가 랜턴들을 잠시만 끄라고 한다. 하나둘씩 랜턴의 불빛이 꺼지고 아니야씨의 랜턴이 꺼지자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라도 보이던 것들이 보이지 않게 되니까 들리지 않는 것들이 들린다. 물이 떨어지는 소리, 옆사람의 숨소리... 그당시 사람들이 느꼈던 어둠은 어떤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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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흔적을 훑으러 왔던 우리들은 저 출구가 반가웠지만, 미군들이 언제들어올지 두려워했던 이들에게 저 출구의 의미는 어떤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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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 안의 습기로 카메라 렌즈도 뿌옅게 흐려졌다. 내 눈도 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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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근처에 있던 위령비에는 센바즈루(千羽鶴)가 있었다. 비명에 갔던 많은 영혼에 명복을...


사람들이 올라가는 모습을 찍느라 조금 늦게 올라갔다. 밖에 나오니 가마안의 습기때문에 눈앞이 부옇게 흐려진다. 흐려진 시선에 위령비라고 써있는 조그만 팻말이 보인다. 팻말을 따라가니 위령비와 센바즈루가 걸려있고 햇살이 조용히 움직인다.



Posted by 자료실 고양이
바람이 불어오는 곳2008. 9. 11.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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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름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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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탈때 마다 보이는 구름바다. 그 옛날, 하늘은 사람에게 허용된 공간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보고있다. 언젠가 군에 있을 때, 제주도에 수송기를 타고 갈 기회가 있었다.
그때는 등뒤에 창문이 있어서 그렇게 보고싶어하던 하늘이었는데, 한참 신기해서 구릅을 보다가, 어느새  햇볕에 눈이 부셔서, 어느새 창문을 그저 닫아버리게된다.

여행이란 거창한게 아니라 그저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게 외국이던 동네공원이던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때 보이는 것은 새로운 것이다. 한참 바쁜 날에서 잠시 벗어나서 오키나와로 간다. 배봉기 할머니가 있었던 곳, 2차대전때 유일하게 일본군의 전투가 벌어졌던 곳, 70년대까지 미국의 땅이었던 곳, 지금도 미군기지가 모여있는곳, 그리고 그를 둘러싸고 많은 이들이 반대운동을 하고 있는 곳, 이곳에서 어떤 것을 보게될까, 기대된다.

Posted by 자료실 고양이
바람이 불어오는 곳2008. 9. 11.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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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여행기를 쓴다 쓴다 하고 못썼지만.
이번에는 좀 정리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다.
수업이다 뭐다 바쁠예정이지만.
한발자국씩 차근차근 시작....

그래봤자. 사진에 글 붙이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정리!!


Posted by 자료실 고양이
바람이 불어오는 곳2007. 11. 4. 21:18
얼마 전에 메일이 왔다.

hı.haw are you.teacher from bursa.send mı pıcture.

짧기한 한 한 메시지...

전에 터키를 갔을 때 만났던 한 교장선생님이 생각났다.
게스트 하우스에 갔을 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고,
터키의 전통 춤이 세마를 보여주고, 또 전통 악기를 보여준 사람.
당시엔, 처음 본 사람에게 과도한 친절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이전에 터키를 갔다와서 저장한 시디를 찾아서
일단 이메일로 보내주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터키에 갔던 사진을 봤다.
터키를 갔다 온 지도 벌써 시간이꽤 흘렀다.

아직까지 여행기는 정리하지 못했고,
자꾸 시간만 흘러간다.

내가 터키에서 본것은, 터키에서 얻은것은 무었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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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흐멧 선생님 "걱정은 당나귀짐 처럼 어께 뒤로 지고가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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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에 있는 가족들,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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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를 떠나던 날 아침에 블루 모스크를 나오면서... 눈발 휘날리던 이스탄불, 그리고 그 속의 블루모스크....



블루모스크, 터키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던 건물이겠지.
이전에 부석사에 갔을 때, 새벽에 예불을 드렸던 것 처럼,
터키에 갔을 때도 블루모스크에 새벽에 간 적이 있다.
한 시간정도 그냥 앉아 있다가 왔는데. 그 느낌이 참 좋았다.
조용하면서도, 뭔가 경건한 느낌이랄까....

ps: 터키 여행을 정리해야 할텐데 말이지...


Posted by 자료실 고양이
바람이 불어오는 곳2007. 9. 14. 08:14
#1. 일본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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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바다, 하늘위의 또 하늘, 오랜시간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pentaxmx,50m 1:1.4]

*"상규야, 올해 여름에 일본코치에서 한일교류 워크샵이 있는데, 갈래?" 잇페이가 언젠가 한 말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갈 것인가 말것인가. 이왕가는데 다른데도 갈 것인가. 욕심을 부리는게 아닌가.
  많은 고민들이 언제 있었느냐는 듯이, 출발하고 나서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중국과 터키에
  이은 세번 째 출국, 언제나 처음은 어려운 법이란 생각이 든다.  공항에서 강일출할머니, 잇페이,
  마중나온 상희를 만나고 비행기에 탄다.

*정지, 가속 이륙, 그리고 구름 위, 경계를 넘는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다. 실제로 나가면 별 것 아닌 경계를 미리 걱정하고 있는것은 아닐지.

*일본에 거의 도착할 무렵, 구름 아래로 보이는 섬, 배, 마을, 논, 밭... 일본이라는 나라를 '섬나라'라는 말로 작게 생각하고 있었다.이제 일본이구나. 일본...

*다카마츠 공항에 도착, 코치 한일교류 워크샵을 준비하는 지로, 스즈, 아베등을 만나고, 지로아버지의 차를 얻어타서 다카마츠 역까지 갈 수 있었다. 미리 한국에서 하루나의 도움을 받아서 다카마츠에서 오사카까지 버스를 예약 해 두었다. 2시부터인 표를 지로가 1시로 바꿔줘서, 바로 오사카로 출발했다.
언제나 여행때 느낀 거지만 사람은 수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살아가는지도...

*일본의 첫느낌, 차가 왼쪽으로 다닌다는 것도 어느 새 적응이 된다. 잘 정돈된 도로, 천천히 달리는 자동차... 휴게소도 잠시 주차해서 쉬는 곳이란 느낌... 오히려 첫느낌은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


#뭐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지만, 일본에서 보고 듣고 느낀걸 조금씩 정리하려고 한다. 그냥 갔다온 것만으로 여행은 끝나지 않는다. 그 후에 얼마나 정리를 하느냐가 문제지...
Posted by 자료실 고양이
여행기 정리준비
1. 글 정리

2. 사진 날자별 정리, 포토웍스 작업

3. 지도 편집, 잘라서 코스 볼 것

4. 통계


Posted by 자료실 고양이
바람이 불어오는 곳2007. 1. 21. 18:58
오랜만의 여행기 포스팅이다. 조금씩이라도 정기적으로 올려야지....

12/3 영암에서 나주까지

으아, 오늘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개에게 시달렸다. 세상에....
아침에는 오래간만에 따뜻한 물로 찜질을 한 덕분인지 편하게 일어날 수 있었다. 기분 좋게 이불 속에서 뒤척이다 짐을 챙기고 나섰다. 오늘은 나주까지, 길이다. 13번 국도로는 28km이고 약간 돌아가면 32km 정도다. 32km라, 불안한 예감이 들었고 그 예감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실제로 나타났다.

아침에 나와서 보니 별로 밥을 먹을만한 곳이 없다. 가다가 빵집에 들러 빵이라도 먹으려고 했는데 이놈의 빵집은 보이지 않고... 길이 그냥 국도로 이어지기에 가게에서 빵과 우유로 아침을 해결했다. 가게로 가려는데, 옆 카센터에서 개 두 마리가 달려나오더니 마구 짖으며 위협한다. 조심스레, 살금살금 가서 빠져 나오긴 했는데, 왠지 기분이 안 좋다.

역시 예상대로 13번 국도는 왕복4차선의 넓은 도로다, 그래서 옆의 819번 도로로 갔다. 어제는 그냥 쑤실 뿐이다 오른쪽 무릎이 아프다. 파스를 붙이고, 맨소래담을 발라도 영 나아지지 않는다. 그래도 어쩌나, 고통도 익숙해진다고, 그냥 계속 걸으니 적응이 되어서일까, 조금 나아진다. 중간에 이놈의 개들이 또 말썽이다. 도로 한가운데 떡 하니 버티어 서서 여차하면 물어버릴 기세다. 뭐 개 때문에 겁나서 돌아가는 것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솔힉히 무서운데 어떻게 하나... 괜스레 부딪히기 싫어서 옆의 마을 쪽으로 걸음을 옮겼는데 뭐 풀린 개들을 없어졌지만 그 마을에서도 개들이 짖어대며 위협한다. 무슨원수진것도 다니고 ... 에고야...

가까스로 산을 내려와서 마을에 다다랐다. 점심으로 어느 식당에서 찌개와 밥을 시켜 먹었더니 아주머니께서 가면서 먹으라고 고구마를 싸주신다. 어디를 가나 고마운 분들은 한 분씩 다 계신다.

이른 점심을 먹고 아까 돈을 찾았던 우체국에서 소포를 부쳤다. 검은 바지, 셔츠, 내복상의, 카메라, 워크맨, 다이어리의 쓸모 없는 페이지까지. 그렇게만 부쳤는데도 2Kg가 넘어간다. 쓸데없는 것들을 부치고 나니 배낭이 훨씬 가볍게 느껴진다. (아마 이때 짐을 부치지 않았으면 오늘 나주까지는 힘들었을 거다. ) 여행이건 인생이건, 쓸모 없는 것들을, 내 욕심으로 가지고 있지 않은가라고 생각이 든다. 다시 뭔가를 채우려면 우선 비우는 게 필요하겠지....

다시 계속 걷기 시작한다. 무릎이 아픈 것도 이제 슬슬 적응이 된다. 해가 지기 시작해서 마음이 조급해져서인지 발걸음이 조금씩 빨라진다. 어느 새 해도 져서 어둑어둑해지고, 5시30분 정도가 되었을까, 마을에 도착했는데 저 멀리 도시가 보인다. 처음에는 그곳이 나주인지 알았는데 영산동이란다. 역시, 엊그제처럼 꽤나 더 걸어야 했다. 저 멀리에는 분명히 빛이 보이는데 걸어도 걸어도 가까워지지 않으니 이상하다. 얼마나 걸었을까, 중간에 나주역 갈림길이 보이기에, 그래도 역 주변에는 뭔가 있지 않을까 해서 역으로 갔는데, 이런, 역만 덩그러니 있고 마을은 저~~~ 건너편에 보인다. 다시 발길을 돌려서 시내로 향했다. 말이 향했다지, 이땐 꽤나 지쳐 있었다. 중간에 들린 호떡집에서 터미널 근처에 찜질 방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는 게 중간에 고기뷔페가 하나 보인다. 개업기념으로 일인당 5,000원이란다. 이게왠 떡이냐 싶어서 그냥 들어가서 정신 없이 먹었다. 와~ 정말 이렇게 고기뷔페를 맛있게 먹은 적은 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밥 잘먹고, 터미널 쪽에 가서 찜질 방에 들어갔다. 6,000원 밖에 안하는데다 시설은 최고급이군, 오랜만에 제대로된 찜질방이다. 와~ 내일은 광주까지! 일찍 자자...

12월3일 정리
영암~ 나주까지 약 30km, 개에게 시달렸지만 저녁에 고기부페로 만회!!

지출 금액

아침식사 1,800
과자          500
점심식사 4,000
소포       4,300
호떡          500
저녁식사 5,000
숙박       6,000
pc방      1,000
--------------
            22,300

Posted by 자료실 고양이
터키를 갔다 온 지도 반년이 넘어가는데
중국을 다녀 온 지도 일년이 넘어가는데
종단을 한 지는 삼년이 다 되어 가는데
횡단은 반을 넘게 했는데....

뭐하나도 제대로 정리해 놓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 요즘이다.

다시, 자료수집! 글쓰기 시작!
Posted by 자료실 고양이
바람이 불어오는 곳2006. 2. 25. 00:39


어쨌든 표를 끊었으니.. 가야하고.... 엎어진 물이었다.

어느날 후배가 던진 말.

-선배, 터키로 배낭여행 가실래요?
-응? 터키? 터키는 왜?
-그냥 가보고 싶어서요.
-음, 생각좀 해보고 말해줄께...

밑도끝도 없이 던진말에 나는 며칠을 고민해야 했고,
결국 어찌어찌 해서 터키로 여행을 가게 되었고

Posted by 자료실 고양이
바람이 불어오는 곳2006. 2. 25. 00:39


장님의 이야기.

장님
몇명의 장님이 있었단다. 그리고 코끼리가있었단다.
코끼리가 무엇인지를 알아보려고 장님들은 코끼리의 여러곳에서
코끼리를 만져보았다.
그들이 코끼리를 만지는 곳에 따라서 코끼리는 큰 기둥이
되기도 하고 커다란 부채가 되기도 하고, 끈처럼 기다란
생물이 되기도 했다.

역지사지
어떤 외국인이 한국을 15일간 여행한다고 치자. 그들이 보는 한국의 모습은
어떨까? 15일 동안의 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은 과연 어떤것일까?
그들이 본 한국은 어떤 나라였을까?
그 외국인이 간단한 인사를 제외한 한국어를 거의 구사하지 못하는 상태라면,
한국의 문화와 역사, 사회를 잘 모르는 상태라면, 답은 간단하다.
그럼 반대로, 내 눈에 비친 터키의 모습은 어떠한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역시 간단하다. 역지사지다.

아마도 장님은 그가 만진 것에 대해서는 설명을 할 수 있었을것이다.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기둥처럼 둥글다던지, 부채처럼 넓게 퍼져 있다던지
물렁물렁하고 길며 잘 구부러 진다던지....

혹 그 장님이 눈을 떠서 코끼리의 전체를 본다면? 그가 만진것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알 수 있지 않을까?
장님의 이야기가 될 것이 분명하지만, 코끼리의 전체 모습을 볼 때를 기대하는것이
이 글을 쓰는 이유라면 이유일까.
앞으로의 이야기는 코끼리를 15일간 만지고 온 한 장님의 이야기이다.
Posted by 자료실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