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2005. 2. 25. 12:05
딴에 운동을 한답시고 동네 보라매공원에 가서 걷는 운동을 하고 있다.
젊은 놈이 무슨 걷는 운동이냐겠지만 얼마전 무리해서 열바퀴 돌다가
발바닥근육이 놀라서 경을 친 적이 있기때문에 우선은 걷는다.
물론 조금씩 뛰면서 뛰는 코스를 늘려갈 생각이다.

낮인데도 공원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있다. 열심히 걷는 아주머니,
지나가는 회사원, 모퉁이에서 바둑을 두는 한 무리의 할아버지들,
중간에서 축구를 하고 있는 사람들, 원반던지기로 이상한 축구비스무리한
운동을 하고있는 외국인, 매번 느끼는 거지만 공원에는 참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있다.

'자'오늘도 열바퀴다. 얼마나 뛰고 얼마나 걸을까?'하고 생각을
하면서, 걷기 시작했다. 우선 다섯바퀴는 걷고, 여섯바퀴부터
두바퀴정도 뛰었는데, 숨이차서 한바퀴는 다시 걸었다.

문득 저 앞에 가고 있는 어머니와 아들이 눈에 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왠지 아들의 몸놀림이 이상하다. 약간 저는듯한
다리, 조금 꺾인 오른손 그리고 때때로 들리는 "어, 어"하는 소리
뭐, 종종보는 그런 장애우겠거니 생각했다.

둘은 함께 걸으면서, 때론 뛰면서 그렇게 가고 있었다.
뛰다가 아들이 뒤쳐지면 다시 걷다가, 그렇게 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요즘 한창 뜨고(?)있는 영화 가 생각난다.

아직 말아톤이란 영화를 못봤지만. 매스컴과 광고, 그리고 예고편을
보고 대충은 영화의 내용은 짐작이 간다.
역경을 이기고 마라톤에 참가하는 자폐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글쎄, 우린 혹시 조승우라는 배우때문에, 그가 정말로 자폐아가
아님에 안도(?)하면서 보고 있는것은 아닌가 하는생각이 든다.
마치 다른 영화속의 살인장면에서 "저건 영화야"라고 스스로한테
최면을 걸며 안도하는것처럼 말이다.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지만, 실제로 주위의 가족이, 또는 친구가,
아니면 또 다른사람이 그런 장애를 겪고있다면? 나는 과연 그들을
감싸 안을 수 있을것인가? 난 항상 스스로한테"다른것을 인정하자"
라고 되뇌이곤 했다.하지만 아직 난 그 다른것을 제대로 보고있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다름이란 무엇이며 또 그다름을 인정한다는
것은 참 쉬운일이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열바퀴를 다 돌때도 아직 그 모자의 걷기는 끝나지 않았다.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돌아오면서, 다시한번 그들을 본다.
아이는 열심히 어머니를 따라가고 있고 어머니는 아들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발걸음을 맞춰가며 이끌어가고 있었다.
영화와 상관없이, 다른사람들의 눈길에도 상관없이 그들은
그들의 "말아톤"을 계속하고 있었다.
Posted by 자료실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