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2009. 5. 26. 17:15
토요일 아침,  나눔의집 할머니들과 남이섬 나들이를 준비하고 있었다. 할머니들을 모시러 올라갔는데, 티브이 뉴스에서 노 전대통령이 돌아가셨다라는 소식이 나온다. 뉴스의 자막은 계속 바뀌었다. "건강이상설"에서, "사망"한듯, "자살의혹"으로 바뀌더니 결국 "자살"로 결론이 난다. 멍~ 했다. 마치 거짓말 처럼. 이미 부른 버스를 취소할 수도 없었고, 남이섬으로 가서는 할머니들과 재미있게 놀았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이 계속 답답했다.

어제, 저녁을 먹고 나오는 길에 덕수궁을 지나게 되었다. 아이들과 온 사람, 촛불을 든 사람,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사람, 꽃을 나눠주는 사람, 많을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병풍 [각주:1]정도가 아닌 높다란 장벽으로 경찰버스들이 서 있었다. 경찰들은 서울시청으로 향하는 길을 막고 있었고, 청계천 광장역시 경찰버스들이 특유의 주차방식으로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덕수궁 대한문 앞은 차분한 조문이 이어졌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잠시 머물다 왔다. 어떻게 봐야 하는가 고민하며 웹을 이리저리 떠다니던 중 김규항씨의 글[각주:2] 과 산하님의 글[각주:3]에 '이거구나'싶다.

사람들아,

그 죽음 앞에서
한 달을 지속 못할 입에 발린 칭송도
싸구려 신파조의 추억담도 모두 접고
깊은 침묵으로 예를 갖추자.
아직 순전한 이상주의자이던 시절 그가 꾸었던 꿈만을 되새기자.

규항넷 "무사의 죽음 중


당신이 있기에 행복했다는 고백에 동의합니다.  
지금까지 내 위에 군림했던 대통령의 이름 가운데
가장 친숙하고 가장 매력 넘쳤던 대통령이 당신이라는 것을 저 역시 고백합니다.
그러나 당신만한 사람은 다시 없을 것이라는 추모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절대로 하지 않습니다. 아니 할 수 없습니다.


당신 또한 부림 사건 당시 말도 안되는 고문을 당한 대학생들을 보면서 변신하였듯,
시대는 새로운 인물을 만들고, 새로운 세력을 형성하여 그들에게 몸을 맡깁니다.
당신을 기리는 것도 의미는 있겠으나,
결국 당신을 밟고 넘어가는 것이 역사의 진보이며
그것이 당신이 바라는 바였음을 우리 모두가 함깨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산하님의 게시판 썸데이서울 -  굿바이 노짱 중


한달도 못갈 입에발린 칭송도, 싸구려 추억담 보다도 (이미 많은 방송, 신문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관한 칭송과 추억을 도배하고 있다.) 결코 잊어서 조용하는 것이 아닌 천천히 타오르는 침묵이 더 나을 성 싶다.

인권변호사시절, 정치인이었던 시절, 대통령이었던 시절 그가 하려고 했던 가치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대통령 재임 시절 저버렸던 가치들 역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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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거란 걸 할 수 있었던 나이, 가장 처음 해 보았던 선거에서 희망을 주었던 대통령, 그리고 또 실망도 많이 주었던 대통령, 당신이 꿈꾸었던, 그리고 그것 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겠습니다.

바보로 불리다 바보처럼 가시는군요.  

잘 가시길 바랍니다.










  1. 허허허 주상용이라는 서울경찰청장이 한 말이란다. 같잖아서 원.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56922.html [본문으로]
  2. 규항넷 "무사의 죽음"http://gyuhang.net/?TSSESSIONgyuhangnet=1c9150971f9c851522af2f1c28b9dff8 [본문으로]
  3. 하종강의 노동과꿈 아래 산하의 썸데이 서울 게시판 http://www.hadream.com/zb40pl3/zboard.php?id=seoul&no=2832&PHPSESSID=8994d5ddcb0515036c497a45302fbea1 [본문으로]
Posted by 자료실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