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2007. 4. 24. 01:53
4월 22일 나눔의 집에서

#1.
날씨가 좋다
두 생활관 사이에 작은 평상에 앉아있었다.
다이어리를 펴들고 잠시 생각에 빠져 있었는데
김순옥 할머니가 옆에 앉는다.
날씨 이야기, 딸이 해 주었다는 목걸이 이야기,
할머니 옷에 붙은 흰 머리카락을 떼면서,
했던 이런저런 이야기들...
날씨가 정말 좋다.

#2
아프다고 방에 계셨던 옥련할머니가 잠시 바깥에 나와
앉아계시더니 산책을 나가신다.
산책이라고 해도 마당한바퀴.
따라서 나도 옆에서 걷는다.
그리고 보이는 여러 풍경들.
건물 턱에 앉아서 하염없이 앉아계시는 지돌이 할머니
도현이가 개똥치우는 데 옆에서 계속 잔소리 하는 배춘희 할머니
저 멀리서 밀짚모자를 쓰고 상추심고 있는 강일출 할머니
이제 반바퀴째 돌고 있는 박옥련 할머니.
한적한 일요일 오후,
나눔의 집의 풍경
 
#3
시간이란, 사람들마다 다르게 흘러간다.
나눔의 집에 갈 때마다 그 다르게 흘러가는 시간의 속도를 느낀다.
또한
그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이제 저물어 가는 할머니들의 시간과
이제 뜨고 있는 내 시간.
그 두 시간들이 겹치고 있는 것을 느낀다.
할머니들과 보낸 이 시간들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될까.
내개 남겨진 시간에. ...
Posted by 자료실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