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찜질방을 나와서 24시간 분식집에서
라면과 김밥으로 아침을 해결한 다음에 우체국에서 돈을 찾고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외국인전용 화장실"을 본적이 있는가..^^ 버스 정류장에 가서
차표를 끊고 아직 시간이 덜 되었길래 양치나 하러 화장실에
갔는데... 선명한 형광색으로 써있는 외국인전용 화장실...
혹시나 해서 열어봤는에 역시 양변기다...그냥 양변기나
좌변기로 쓰면 안되는거였을까?^^
버스를 타고 출발 시간까지 기다리면서.. 기사아저씨들이 농담을
주고 받는걸 들으면서..사투리들이 어색하다는 느낌보단
정겹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보면 표준어도 경기도 사투리니깐...
각 지방의 지방색이 남아있는 사투리가 코미디의 대상이 되는
자체가 코미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시간쯤 달렸을가.. 드디어 땅끝 마을에 도착했다.
여행이란 환상을깨는거란 말을 들은적이 있다. 어느곳, 또는 여행자체에 가지는 막연한 환상이 여행을 통해 깨어지는건가?
상당히 기대를 하며 간 땅끝이었음에도 글쎄... 정동진처럼 되어간다
는 느낌을 지울수가없었다. 게다가 큰 현수막에 "땅끝 레저타운"
을 선전하던데..그것마저 들어서게되면...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를 봤을때의 정동진이 그래도 용서가(?)
되었듯... 바다를 보았을때의 땅끝도 좋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땅끝 산책로를 한번 쭉 갔다오니 11시반..슬슬 출발하자며
다시 한번 배낭을 고쳐맸다. 가다가 점심을 먹긴 힘들것 같아
김밥을 샀는데 한줄에 2000원 이란다... 아무래도 한줄론 안될것 같아
"에이...한줄 더주세요.."
"한줄? ... 여행하는거죠? 1000원만 더내세요"라시며
"걸어서 여행하긴 추울텐데..."라고 하신다.
"여름엔 이렇게 걷는 사람이 많아요?"
"꽤 있죠. 보통 둘셋이서 같이 많이가요."라신다...
그에비해 난 혼자고 겨울인데....
땅끝마을로 내려가는 도로를 지나서 계속 걷고있다.
등짐이 약간 무거운 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그래도 한시간정도
걷고 10분정도 쉬니 페이스가 맞는다. 첫날이라거 그런지
길이 좋아서 그런지...오른쪽에 햇살에 비치는 바다를 보면서
걷는데 참 기분이 좋다. 바다에서 들리는 파도소리며 통통배들이
확성기로 대화하는 모습이며, 아스팔트를 뚫고 피어난 꽃들도
참 예뻐 보인다.. 걸어서가 아니면 그냥 지나칠 풍경들...
중간에 벤치가 있길래 김밥을 먹으면서 지도를 본다. 오늘은 남창까지
약22km정도 걷는게 날것 같은데....
지도를 보는데 왠 아저씨가 말을 걸어온다.
"어디가남?"
"예. 걸어서 여행하는데요. 우선 오늘은 남창까지요"
"학생인가?"
"휴학하고있구요. 제대하고 잠깐 일해서 여행온거에요"
"그래... 어디까지 갈려고?"
"강원도 까지 갈려고 하는데요..'
"추울텐데... 그럼 수고하게..."
땅끝에 놀러간다는 그아저씨... 강원도 까지 간다는 말에
좀 놀라는 눈치다. 못믿나... 하긴 아직 나도 내가 갈수 있을지
모르겠다.
걸으면서 대충 셈을 해보니 10분~13분정도에 1km정도 를 걷는다.
그러면...쉬는시간까지 하면 한시간에4~5km를 걷는거고.
하루에7~8시간을 걷는다치면 한 30km정도를 걸을수 있겠다.
얼마나 걸었을까. 옆으로 보이던 바다도 이제 안보이고
나지막한 동산들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제 완전히 내륙으로
돌아선 모양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걷고있는데 왠 차가 빵빵거린다.
'누군가?' 하며 보니 아까 그 아저씨다.
"태워줄까?"
"(이아저씨가 놀리나...) 아뇨. 걸어가야되요."
"그럴줄 알았어. 그럼 조심해서 가게"
라며 부웅 차를몰고 간다. 그새 땅끝까지 갔다왔나보다.
5시반에 되어서야 남창에 도착을 했다. 남창은 땅끝에서 완도로
빠지는 길목에 있는 조그만 마을이다.
지도에서 봤을땐 20km이 훨씬 넘은것 처럼 보였는데.
지나온 이정표를 보고 계산을 해보니 한 22km정도 되나보다.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고.. 남창 사거리에 있는 기사식당에
들어갔다.
"백반하나 주세요"라며 가격표를 힐끗보니 5000원...에고...잘못들어왔나보다. 그래도 다시 나가기 귀찮고 피곤해서 그냥 앉아있었더니
주인아주머니왈
"겨울에 걸으려면 춥지 않아요?"라신다.
"어떻게 아셨어요?"
'아까 차 타고 오면서 봤거든요."
"네."
"자, 맛있게 드세요"
밥이 나왔는데... 와... 뭔 반찬이 이렇게 많이 나오냐...
정확히15가지가 나온다. 불고기,콩나물무침,숙주나물무침,다슬기무침
냉이무침, 김치, 깍두기, 게장,풋고추,등등...5000이 아깝지 않을만큼이었다.
허겁지겁 밥을 먹고나서 아주머니께 주변에여관이나 여인숙이 없나
물어봤더니 여인숙과 모텔 두군데를 알려주신다. (아에 찜질방은 기대도 안했다. 이런시골에 있을리가 없지.)
우선 여인숙에 갔는데... 상당히 느낌이 않좋다. 어두컴컴한데다
주인도 안보이고..."계세요?"라고 계속 소리를 치는데도
대답이 없다. 왠지 느낌이 않좋아 모텔로 갔는데...
이미 해가 져서 깜깜하다. 낮에는 오는 차들이 나를보며 피해가는걸
느낄수 있었는데... 깜감하니 차들이 거의 다가와서야 비켜간다..
모텔에 들어가서 가격을 물어보니.. 25000에서 30000이란다...
"저기요.. 혼자고 학생인데..어떻게 좀 깎아주실수 없나요.."
라며 물어보니 카운터에 아저씨.. 자기 소관이 아니라며 기다리란다.
한참을 기다리면서 불안했는데 주인아저씨.. 의외로 쉽게 2만원에
들여보내준다.
방에 들어가서.. 샤워를 하고 난 다음에 지도를 펴서 오늘 걸은 만큼을
형광펜으로 그었다. 아직 갈길이 멀지만...그래도 첫날은 무사히 보냈다는 안도감에 잠을 청한다.
수묵처럼 스쳐가는정
한가슴 벅찬마음 먼 발치로
백두에서 토말까지 손을 흔들게
수천년 지켜온 땅끝에서
수천년 지켜갈 땅끝에서
곷밭에 바람일듯 손을 흔들게
마음에 묻힌생각
하늘에 바람에 띄워보네게
버스비 : 3300(해남~땅끝)
아 침 : 2500
점 심 : 3000
저 녁 : 5000
숙 박 :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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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