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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오는 곳2007. 1. 21. 18:58
오랜만의 여행기 포스팅이다. 조금씩이라도 정기적으로 올려야지....

12/3 영암에서 나주까지

으아, 오늘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개에게 시달렸다. 세상에....
아침에는 오래간만에 따뜻한 물로 찜질을 한 덕분인지 편하게 일어날 수 있었다. 기분 좋게 이불 속에서 뒤척이다 짐을 챙기고 나섰다. 오늘은 나주까지, 길이다. 13번 국도로는 28km이고 약간 돌아가면 32km 정도다. 32km라, 불안한 예감이 들었고 그 예감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실제로 나타났다.

아침에 나와서 보니 별로 밥을 먹을만한 곳이 없다. 가다가 빵집에 들러 빵이라도 먹으려고 했는데 이놈의 빵집은 보이지 않고... 길이 그냥 국도로 이어지기에 가게에서 빵과 우유로 아침을 해결했다. 가게로 가려는데, 옆 카센터에서 개 두 마리가 달려나오더니 마구 짖으며 위협한다. 조심스레, 살금살금 가서 빠져 나오긴 했는데, 왠지 기분이 안 좋다.

역시 예상대로 13번 국도는 왕복4차선의 넓은 도로다, 그래서 옆의 819번 도로로 갔다. 어제는 그냥 쑤실 뿐이다 오른쪽 무릎이 아프다. 파스를 붙이고, 맨소래담을 발라도 영 나아지지 않는다. 그래도 어쩌나, 고통도 익숙해진다고, 그냥 계속 걸으니 적응이 되어서일까, 조금 나아진다. 중간에 이놈의 개들이 또 말썽이다. 도로 한가운데 떡 하니 버티어 서서 여차하면 물어버릴 기세다. 뭐 개 때문에 겁나서 돌아가는 것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솔힉히 무서운데 어떻게 하나... 괜스레 부딪히기 싫어서 옆의 마을 쪽으로 걸음을 옮겼는데 뭐 풀린 개들을 없어졌지만 그 마을에서도 개들이 짖어대며 위협한다. 무슨원수진것도 다니고 ... 에고야...

가까스로 산을 내려와서 마을에 다다랐다. 점심으로 어느 식당에서 찌개와 밥을 시켜 먹었더니 아주머니께서 가면서 먹으라고 고구마를 싸주신다. 어디를 가나 고마운 분들은 한 분씩 다 계신다.

이른 점심을 먹고 아까 돈을 찾았던 우체국에서 소포를 부쳤다. 검은 바지, 셔츠, 내복상의, 카메라, 워크맨, 다이어리의 쓸모 없는 페이지까지. 그렇게만 부쳤는데도 2Kg가 넘어간다. 쓸데없는 것들을 부치고 나니 배낭이 훨씬 가볍게 느껴진다. (아마 이때 짐을 부치지 않았으면 오늘 나주까지는 힘들었을 거다. ) 여행이건 인생이건, 쓸모 없는 것들을, 내 욕심으로 가지고 있지 않은가라고 생각이 든다. 다시 뭔가를 채우려면 우선 비우는 게 필요하겠지....

다시 계속 걷기 시작한다. 무릎이 아픈 것도 이제 슬슬 적응이 된다. 해가 지기 시작해서 마음이 조급해져서인지 발걸음이 조금씩 빨라진다. 어느 새 해도 져서 어둑어둑해지고, 5시30분 정도가 되었을까, 마을에 도착했는데 저 멀리 도시가 보인다. 처음에는 그곳이 나주인지 알았는데 영산동이란다. 역시, 엊그제처럼 꽤나 더 걸어야 했다. 저 멀리에는 분명히 빛이 보이는데 걸어도 걸어도 가까워지지 않으니 이상하다. 얼마나 걸었을까, 중간에 나주역 갈림길이 보이기에, 그래도 역 주변에는 뭔가 있지 않을까 해서 역으로 갔는데, 이런, 역만 덩그러니 있고 마을은 저~~~ 건너편에 보인다. 다시 발길을 돌려서 시내로 향했다. 말이 향했다지, 이땐 꽤나 지쳐 있었다. 중간에 들린 호떡집에서 터미널 근처에 찜질 방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는 게 중간에 고기뷔페가 하나 보인다. 개업기념으로 일인당 5,000원이란다. 이게왠 떡이냐 싶어서 그냥 들어가서 정신 없이 먹었다. 와~ 정말 이렇게 고기뷔페를 맛있게 먹은 적은 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밥 잘먹고, 터미널 쪽에 가서 찜질 방에 들어갔다. 6,000원 밖에 안하는데다 시설은 최고급이군, 오랜만에 제대로된 찜질방이다. 와~ 내일은 광주까지! 일찍 자자...

12월3일 정리
영암~ 나주까지 약 30km, 개에게 시달렸지만 저녁에 고기부페로 만회!!

지출 금액

아침식사 1,800
과자          500
점심식사 4,000
소포       4,300
호떡          500
저녁식사 5,000
숙박       6,000
pc방      1,000
--------------
            22,300

Posted by 자료실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