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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7.19 나는 이 병든 역사를 위해서 갑니다.
주절주절2006. 7. 19. 22:22

나는 이 병든 역사를 위해 갑니다.


벌써 6년전의 이야기이다. 과에서 매 학기마다 하는 고적답사를 갔을 때 광주 망월동 묘역을 갔더랬다. 많은 친구들이 처음 가는 답사의 즐거움에 즐거워 하며 분위기는 한참 밝았다.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많은 코스를 돌면서 더욱 즐거워 하던 우리들은 망월동 묘역에 도착하게 되었다. 묘소를 들어서면서도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그건 교수님이든 묘역 관리인이든 막지 못할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끌시끌하던 분위기가 갑자기 조용해 진다. 망월동 묘역에 있는 수많은 비석들,
그 뒤편에 희생자들의 부모, 배우자, 자식, 친구들이 남긴 그 절절한 말에 하나둘 씩 눈물을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애써 눈물을 닦던 나도 바로 저 비석 앞에서 결국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게 벌써 6년전의 이야기이다. 학교에 돌아와서 광주에 대한 책들을 찾아보고, 증언집을 찾아보고 어느정도는 안다고 생각 했지만, 얼마  전 06학번 후배들과 같이 간 망월동에서 나는 다시한번 눈물을 쏟고 말았다. 세상에는 , 내가 이렇게 살 수 있는 세상은 거져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한번 해본다.

"나는 이 병든 역사를 위해서 갑니다."라고 말하며 계엄군과 맞섰던 사람의 마지막 목소리를 들으며, 과연 지금의 우리역사는 그 병에서 깨어났는가.

학기가 지나고 군에들어가서도 내 입에 맴돌던 구절이 있다.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진부해 진다. 잊을 수 없는, 아니, 잊어서는 안될 일 조차 때로는 가난한 친척 대하듯 이제 그만 사라져 주길 바랄 뿐이다. 그러나 이곳, 망월동 묘역은 사람을 담금질 해 주는 곳이다. 묘지 곳곳마다 놓인 사진 속의 야무진 눈매의 처녀, 순박한 얼굴의 청년들은 그 믿어지지 않음으로써 남은자의 의무를 역설한다. "

살아남은 사람, 그것을 모르는 사람의 의무란 과연 무엇일까...
Posted by 자료실 고양이